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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집회
돌의 집회
저자 :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년 : 2004
ISBN : 8982818448

책소개


유럽 서스펜스 스릴러의 최강자,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화제작. 해마다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를 제조해내는 프랑스 최대의 단행본 출판사 알뱅 미셸(Albin Michel)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멜리 노통브와 함께 가장 아끼는 작가 3인방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언론은 그를 ‘뤼팽’시리즈로 유명한 모리스 르블랑에 비견하며, 지적이고 세련된 스릴러 작가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주인공은 영화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나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를 연상시키는 여전사 디안 티베르주이다.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처로 남성과의 신체적 접촉을 견디지 못하는 여자, 격투기를 익혀 온몸을 무기처럼 단련하고 오지를 누비며 야수의 생태를 연구하는 디안은 서른이 되자 아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소설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마약상처럼 혈혈단신 태국의 황금 삼각지대로 아이를 데리러 떠난 그녀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치 타오르는 열대의 한낮처럼, 소설은 시작부터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과 강력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디안은 다섯 살 난 남자아이를 데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프랑스 파리로 무사 귀환하지만, 어느 비 오는 날 차 뒷좌석에 아이를 태우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아이는 사경을 헤매게 된다.

현대의학으로는 도저히 손쓸 수 없게 되었을 때, 베를린에서 왔다는 한 거구의 침술사가 나타나 아이를 치료해주고 사라진다. 그런데 잠시 후 그는 엽기적으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단순한 교통사고인 줄만 알았던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는 누구이며, 왜 아이를 구해주었는가? 의문의 남자가 나타나 살려내야 할 아이라면, 반대로 이 아이를 기필코 죽이려고 했던 누군가가 있지 않겠는가?

『돌의 집회』는 10여 년간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파리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유수의 매체들과 함께 작업한 그랑제의 이력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다. 그가 지구 곳곳의오지를 찾아다니며 유목민족을 취재하고, 환경과 과학에 관련된 르포를 쓴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동물학에서부터 초(超)심리학, 해박한 민족학적 지식과 함께 작가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작품과 록 음악 등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훌륭한 서스펜스 스릴러인 동시에 잘 차려진 지식과 정보의 진수성찬인 것이다.

목차


그녀는 또다시 속으로 반 카엔이 한 말과 행동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았다. 한 문장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시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지금 묘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한 문장이. 그녀와 헤어지기 직전, 의사는 "이 아이는 살아야만 합니다. 아시겠어요?" 라고 말했다. 당시 그녀는 그 말이 아이를 살리려는 의사의 확고한 결심을 표현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은 뤼시앙이 그녀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 때문에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독일 의사는 아이와 관계된 모종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 그 비밀은 디안이 그날 오후에 상상한 것처럼 아이의 특수한 신분일 수도 있었고, 아이의 어떤 생리학적 특성이나 아이가 이 다음에 커서 완수해야 하는 어떤 임무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다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의 귓속에서는 독일 의사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계속 울려 퍼졌다. 그녀는 그가 침술을 펼치는 동안 감추려 애썼던 극도의 긴장과 불안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뭔가를 알고 있었다. 뤼시앙은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랑글루아는 형사 특유의 후각으로 이미 감을 잡고 있음이 분명했다. 의사가 뤼시앙과 그의 출신지에 그토록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내친김에 디안은 또다른 가능성을 상상해보았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이를 살려야만 하는 까닭이 있다면 역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이를 죽여야만 하는 까닭도 있지 않겠는가... 아이를 살려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반 카엔이 살해당했다면?
뤼시앙에 대한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면?
순간 디안의 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별안간 솟아난 확신 때문에 그녀는 숨이 턱 막혔다.
그 위협이 이미 실행에 옮겨졌다면?
순환도로에서의 사고가 그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