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수영하는 여자들
수영하는 여자들
저자 : 리비 페이지
출판사 : 구픽
출판년 : 2018
ISBN : 9791187886297

책소개


런던 도서전 화제작(전 세계 24개국 판권 계약), 영국 아마존·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TOP 10, 영화화 예정작
2018 가디언 선정 주목할 만한 신인작가 리비 페이지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수영 찬가


작은 지방 신문사에서 잃어버린 반려동물에 관한 기사를 쓰며 지내던 스물여섯 살의 케이트는 브릭스턴의 공공시설인 리도(야외 풀장) 폐쇄에 관한 기획기사를 쓸 기회를 얻는다. 리도의 매출 하락과 지속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시 의회가 거대 부동산 회사에 리도를 팔고 그곳을 회원제 스포츠센터로 만들려는 것. 평생을 이곳에서 지내며 리도와 함께해온 여든여섯 살의 로즈메리는 작은 힘이나마 리도를 지키기 위해 홀로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고, 케이트는 로즈메리의 열정적 의지를 보며 자신도 점차 변화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2017년 런던 도서전에 등장한 작가 리비 페이지의 데뷔 소설 『수영하는 여자들 THE LIDO』은 원고 공개 두 시간 만에 전 세계 24개국 판권 계약과 함께 영화화 옵션까지 계약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베라는 남자』, 『엘리노어 올리펀트』(Eleanor Oliphant is Completely Fine, 국내 미출간) 등 유머와 연민,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을 담은 최근 유럽 인기 소설의 경향을 이은 유쾌한 분위기, 전면에 등장한 ‘수영’이라는 소재, 25살 젊은 작가로서의 주목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이에 대응하는 공동체의 호소력 있는 이야기 등 작품의 다양하고 특별한 면면은 전 세계의 많은 출판인들의 주목을 끌었고, 2018년 4월 영국에서 첫 출간되었을 때 독자들 역시 이런 점들에 깊이 매료되었다. 『수영하는 여자들』은 출간 즉시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종합) 10위권 및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최상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6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수영을 소재로 한 소설을 1년 동안 완성한 후 부지런히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어느 한 곳도 주목해준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리비 페이지가 출간 포기를 생각할 무렵 한 에이전트에서 연락을 받았고 결국 놀라운 반전을 맞게 된 것이다.


목차


동네에 무슨 가게가 있는지도 죄다 꿰고 있던 로즈메리이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더 기억하기 어려워진다. 가끔은 누가 자기한테 장난이라도 치는가 싶다. 알던 가게가 모르는 가게로 뒤바뀌어 있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럴 때면 로즈메리는 자기 머릿속에 그려둔 동네 지도에서 예전 그 가게를 떼어내야만 한다. 그 자리에는 새 부동산 중개업소 혹은 커피숍이 들어선다. 따라잡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노력한다. 만약에 이 장소들을 모르게 된다면, 더 이상은 그녀의 것이 아닌 새로운 도시 안에서 길을 잃고 말 것이다. 로즈메리는 이제껏 살면서 축적해온 이 모든 정보의 가치를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케이트는 노트북 화면의 불빛을 바라보며 밤늦게까지 깨어 있다. 그 안을 돌아다니며 어떤 안식을 얻고, 자기처럼 컴퓨터 불빛 앞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사람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러다 너무 피로해진 케이트는 노트북을 닫고 침대 옆에 놓는다. 때로는 베개가 다 젖도록 계속 운다. 울음소리가 동거인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숨죽이려고 애쓴다. 그런데 가끔은 마치 익사하는 것처럼 숨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울음소리를 크게 내면서 울 때면 누군가 울음소리를 듣고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와 그녀를 일으키고 다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어쩌면 마음 한편으로 바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해준 사람은 이제껏 아무도 없었다. 눈물이 다 마르고 나면 눈을 뜨고 완전히 멍해진 채 어둠 속에 누워 있다. 그대로 결국 잠이 든다.

물론 사람들의 말이 맞다. 한 번 수영하는 법을 배우고 나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케이트는 차가운 물이 주는 충격 속으로 빠져드는 동시에 자기를 안심시키려는 언니의 미소와 비행의 첫 느낌을 떠올린다. 물의 차가움은 케이트의 심장을 뛰게 한다. 그 두근거림은 피와 발가락과 젖꼭지를 따라 느껴진다. 케이트는 외마디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수면 아래로 쑥 들어간다. 물이 케이트를 확 덮쳐오고 곧이어 고요함이 흐른다. 앞으로 쭉 뻗어 푸른 물을 향하고 있는 두 손이 창백해 보인다. 다시 발차기하고 난 다음, 두 팔을 끌어당기면서 수면 위로 올라간다. 물방울이 튀고 거침없이 즐거워하며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케이트는 다시 물속으로 잠긴다. 고요함이 케이트에게 안도감을 선사한다. 차츰 물 온도에 익숙해지고 리듬을 되찾으면서 심장 박동도 약간 느려진다. 차가움은 견디기 괴롭지만 정신을 깨운다. 피부가 오싹하다. 오랫동안 무감각했던 이후의 감각이다.

“절대 미안해하지 말아요.” 로즈메리는 폭풍 같은 눈빛으로 말한다. “감정을 미안해하지 말아요. 사랑에 빠진 걸 미안해하지 말아요. 난 절대 미안해하지 않아요. 단 하루도.”

“오래된 도서관이 문을 닫았던 그때,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어요. 그곳은 배움의 장소였고 우리 공동체의 중심이었죠. 리도 역시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모두 그곳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그곳이 언제까지나 우리를 위해 있어줄 거라 믿죠. 리도에는 너무나 많은 우리의 추억이 담겨 있어요. 바다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곳은 여름이며 자유예요. 그리고 나에게, 나에게 그곳은 바로 삶이고요.”